디자인팀이 다 함께 서울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한화 큐비스트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큐비즘 특유의 화법을 마주하며 느낀, 저마다 다른 시선과 그 안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디자인팀 전시리뷰
구슬이
살면서 전시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본 적이 있었나? 평소 나는 미술사에 큰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고, 유명하거나 대중적인 전시 위주로만 봤던 터라 '큐비즘'은 나에게 꽤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디자인팀의 날에는 낯가림 금지!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니까. 온 김에 제대로 즐겨보자 하고 마음먹으니 생각보다 금방 전시에 빠져들었다.
전시에서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샤라웃 투 오디오🤘🏼) 큐비즘이 시작된 배경과 변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준 덕분에 전시가 훨씬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 처음엔 형태를 알 수 없던 작품이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거짓말처럼 작가의 의도와 형태가 보이는 매-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미술의 묘미인 걸까? 고로 나와 같은 미알못들에게 오디오 가이드는 꼭 추천★
전시를 보며 인상 깊었던 또 하나는, 같은 작품을 봐도 각자가 느끼는 포인트와 취향은 참 다르다는 점이었다. 함께 관람한 나연과 사진을 공유하다 보니 딥하고 차분한 가을 같은 내 취향과, 페일하고 화사한 봄 같은 나연의 취향이 그대로 앨범에 드러나있었다. 역시 개성만큼이나 취향도 확고한 우리 디자인팀!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형태를 과감하게 해체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큐비즘 작가들의 용감한 도전이였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나 역시 그림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낯설었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전시였다.
김나연
평면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해체해 재구성하는 큐비즘 특유의 화법... 솔직히 나에게는 쉽게 읽히는 그림체는 아니었다. 형태가 낯설게 흩어져 있다 보니 한 번에 와닿기보다는 계속 해석해야 되는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눈이 가는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자개 I〉였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톤이 편안하고 차분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그림 앞에서도 마음이 편해졌던 거 같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큐비즘 안에서도 결국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톤을 찾아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
그날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니, 논리적으로 다 설명되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디자인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요즘 IT 디자인은 데이터와 논리로 설득하는 게 기본이 되었지만, 논리에만 매몰되다 보면 정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각은 놓치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둘 다 놓치지 않는 게 결국 좋은 디자인 아닐까? 논리로 설계하고 감각으로 완성하는, 조화로운 균형점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내가 지향할 디자인의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회
역시 천재의 시각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면적으로 보이는 사물과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해체하는 시선이 무척 신선했다. 작품 속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감정을 함께 듣고 나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공감되며 훨씬 흥미롭게 다가왔다.
평소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그리드를 최소화하고 깔끔한 구성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큐비즘 작품은 수많은 면과 선으로 복잡하게 분해되어 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놀라울 만큼 조화롭고 균형감 있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더 신선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큐비즘은 늘 어렵고, '어떤 시각으로 봐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멀리했던 분야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신 대표님과 실장님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
남가현
얼마 전 큐비즘 전시를 관람했다. 큐비즘이라고 하면 여러 시점에서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복잡하고 어려운 그림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큐비즘을 바라보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가는 로베르 돌로네이다. 추상적인 형태를 사용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강렬한 색채와 빛의 흐름에서 밝고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느껴져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큐비즘은 단순한 화풍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가 예술을 만들고 예술이 다시 그 시대를 기록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는 디자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변화하는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익숙한 문제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느꼈다.
박민승
이번에 새로 개관한 퐁피두센터의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는 큐비즘이 탄생한 도시 파리를 중심으로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예술가들의 실험을 보여준다.
대표 작가, 혹은 대표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역, 그룹, 매체의 다양함으로 그룹화해서 큐비즘 사조의 큰 흐름을 맥락으로 풀어간다. 그런 전시 방식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의도한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한국에서의 큐비즘 작업들을 전시해서 마무리 짓는 점이 인상 깊었다.
미술사에서 구상에서 추상으로 장르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큐비즘은 굉장히 중요한 미술 사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고, 추상, 미니멀리즘 등 오늘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디자인 언어들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렇지 않았다면 웹페이지 안에 장식적인 독수리라던가, CTA 버튼에 금테두리를 두르는 등 아찔한 광경들이 펼쳐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좋았던 작품은 세 점이다. 레몽 뒤샹 비용의 〈대형말〉은 말과 기계장치를 섞어놓은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데, 관람 각도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줘서 좋았다. 역동적이고 멋있고 웅장하다. 앙리 고디에 브제스카의 〈물고기를 삼키는 새〉는 첫 인상은 잘 정돈된 정물로 보여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겼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를르캥과 목걸이를 한 여인〉은 절제된 색상, 선, 각도 등의 사용으로 자칫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는 도구들로, 역동적인 인물을 그릴 때 나오는 복잡한 표현들을 잘 눌러주는 완급 조절이 괜히 피카소가 아니구나 싶었다.

이지현
큐비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관람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큐비즘의 흐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고, 형태를 분해해 다시 구성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익숙한 방식으로 묘사된 작품이 아니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며 형태와 시선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레오폴드 쉬르바주의 〈오에팅겐 남작부인〉과 아메데 오장팡의 〈자개 I〉였다. 〈오에팅겐 남작부인〉은 복잡하게 분할된 도시와 군인의 실루엣에서 전쟁의 슬픔과 불안이 느껴졌다.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인 공간 속에 쓸쓸한 표정의 남작부인이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대비감 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전쟁 속에서도 이어지는 일상과 그 이면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자개 I〉는 절제된 형태와 부드러운 파스텔 색감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서로 다른 색이 겹쳐 이어지면서도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디자인에서도 익숙하고 정해진 시각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마무리
같은 전시, 같은 작품 앞에 서 있었지만 6명의 생각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관람 후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전시만큼이나 즐거웠습니다. 다음엔 디자인팀이 또 어떤 곳에서, 어떤 시선을 나누게 될지 기대되네요 :)


